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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포도서관 옆길을 돌아 노적봉산책로를 걷다가 약수 한사발을 맛셨다.
나즈막한 동산길 이쪽저쪽을 돌아 인공폭포앞에서 작은 한숨도 쉬어본다.
걷는게 피곤해질쯤 도서관에 들려 이런저런 책 몇권을 빼들어 쉬엄쉬엄 읽어본다.
쉽게쉽게 오르내릴수 있는 산책로와 도서관에서 책 보기..
이 일은 내 삶의 유일한 호사스러움이다.
딱히 즐거울것도 유익한 것도 없는 내 시간들에 대한 희미한 변명이다.
어쩌면.. 문자는 인간언어에 대한 기만일는지도 모른다.
그러나..나는 차라리, 그 기만에 스스로 충만되어지기를 바란다.
변덕스럽고, 자의적인 언어의 고단한 강요를 넘어 고정된 시선에 대한
일말의 선택은 남겨져 있기 때문일 것이다.
수백권에 달하는 진리보다 몇 마디의 배려를 바랬던 세월이었지만,
그것은 허망한 바램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언덕길을 휘적휘적 걸으며, 이 평혼함과 유한하기에 더 간절한
여유와 이내 사그러질 아득한 추억에 대한 그리움에 감사한다.
오늘이라는 시간이 선택이 아니라, 주어진 가능성에 대한 제한된
의지라는 점이 다행스럽게 여겨진다.
내가 거니는 이 산책로에서 나는 부질없지만.. 그래도 끝내 포기하지 못할
안식을 꿈꾼다..
그래도.. 꿈꿀 무언가가 있다니.. 불안하기는 하지만
그런데로 행운이다.


나는 열정에 불타는 인간도 아니고, 열정에 불타는 인간을 좋아하지도 않는다.
그런 인간들은 타인에게 무언가를 끊임없이 강요하기 때문이다.
제발.. 나는 타인에게서 무엇무엇 때문에 나도 어쩔수없다는 얘기를 듣고 싶지않다.
내가 무언가를 원하고, 또 그러고 싶은데.. 누구 때문이라니..
그러한 참담한 기만에 대하여 일종의 구토가 올라온다.
그들은 타인이 아니라, 자신을 속이고 있으며. 그러한 기만을 타인에게
억지로 믿으라 강요하기 때문이다.